이탈리아에서는 점심시간에 식당을 열지 않는 것이 법이다?
이탈리아를 여행하다 보면 점심시간이나 이른 오후에 식당 문이 닫혀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한창 배가 고플 시간인데 문이 닫혀 있어 당황스럽기도 하고, 혹시 ‘점심시간 영업 금지’ 같은 법이 존재하는 것인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과연 이탈리아에서는 점심시간에 식당 문을 닫아야 하는 법이 실제로 존재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점심시간에 식당을 닫아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이탈리아의 식문화와 노동문화에 따라 대부분의 식당은 일정한 시간대에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이탈리아는 전통적으로 하루 세 끼를 중시하지만, 각 식사 시간에는 정해진 문화와 리듬이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점심은 오후 12시 30분부터 2시 30분 사이에 먹고, 저녁은 보통 오후 7시 30분 이후에 시작된다. 그래서 많은 식당들이 점심 영업이 끝난 후 오후 3시부터 저녁 영업을 준비하기 위해 한두 시간 동안 문을 닫는다.
이러한 영업 방식은 법 때문이 아니라, 이탈리아인들의 삶의 방식과 연관이 깊다. 이탈리아에서는 "시스타(Siesta)" 문화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는 점심시간 이후 잠시 휴식을 취하거나 낮잠을 자는 전통적인 유럽 남부 문화다. 실제로 중소도시나 시골 마을에서는 이 시간대에 상점, 식당, 카페까지 모두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반면, 로마나 밀라노 같은 대도시에서는 관광객의 수요에 맞춰 하루 종일 운영하는 식당도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현지 식당들은 전통적인 영업시간을 고수하고 있다.
결국 이탈리아에서 점심시간 이후 식당 문이 닫혀 있는 것은 ‘법’ 때문이 아니라 ‘문화’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관광객의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는 이탈리아 고유의 여유로운 생활 방식이 반영된 결과다. 현지인의 리듬을 존중하며 여행한다면, 그들의 휴식 시간도 이해의 폭 안에 들어올 것이다. 식당이 문을 닫았다면, 그 시간은 오히려 골목을 산책하거나 카페에서 느긋하게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여행은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탈리아에서는 그 문화가 식사 시간에까지 고스란히 배어 있는 것이다. 유럽은 문화에서도 여유로움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