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구촌 기묘한 법률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결혼식에서 사진을 찍으면 불법일까?

사우디아라비아는 이슬람 문화를 중심으로 한 독특한 사회 규범과 전통이 깊이 뿌리내린 나라다. 그 중에서도 결혼식은 단순한 가족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두 가문의 결합이자, 지역 사회에서 중요한 사회적 이벤트로 여겨진다. 호화로운 예식과 전통 의상을 갖춘 신랑신부, 그리고 수백 명이 넘는 하객이 참석하는 대규모 결혼식이 흔하다. 하지만 겉보기엔 화려하고 자유로워 보일지 몰라도, 외부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규율과 암묵적인 규칙이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바로 ‘사진 촬영’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는 결혼식에서 사진을 찍고, 이를 SNS에 공유하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상황이 매우 다르다. 결혼식장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 실제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의 신체를 노출하는 것, 특히 히잡 없이 촬영되는 것을 매우 민감하게 여긴다. 특히 결혼식은 여성들이 전통적인 히잡이나 아바야를 벗고 드레스를 입고 참석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외부에 사진이 유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 여성 전용 공간에서 열리는 결혼식은 외부 남성의 출입이 철저히 제한되고, 촬영도 대부분 금지된다. 이로 인해 사진을 찍거나 공유하는 행위가 개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불쾌감을 줄 수 있는 일로 간주되곤 한다.

 

공식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 법에는 결혼식 촬영을 불법이라고 명시하고 있진 않다. 하지만 무단으로 사람을 촬영하거나, 촬영된 사진을 허락 없이 공유할 경우 ‘프라이버시 침해’로 간주되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여성이 무단으로 촬영된 경우, 명예 훼손 또는 종교적, 사회적 관습 위반으로 벌금이나 징역형까지 가능하다. 2015년 이후 사우디에서는 사이버 범죄와 프라이버시 보호에 관한 법률이 강화되면서, 무분별한 촬영과 SNS 업로드에 대한 단속이 더욱 엄격해졌다.

 

과거 실제 사례로, 한 외국인이 사우디 전통 결혼식에서 사진을 촬영한 뒤 SNS에 올렸다가 문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사진에는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여성들이 담겨 있었고, 해당 여성들의 가족이 이를 문제 삼아 신고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졌다. 해당 외국인은 프라이버시 침해 혐의로 벌금형을 받고, 이후 추방당했다. 이처럼 외국인의 경우에도 "현지 문화와 규범을 알지 못했다"는 이유는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

또한, 사우디 내에서는 스마트폰 사용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지만, 공공장소나 사적인 공간에서 촬영하는 것은 여전히 민감하게 여겨진다. 특히 종교 행사나 여성 중심의 사적 모임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 결혼식이라는 경사스러운 자리가 촬영 하나로 인해 큰 사회적, 법적 문제로 번질 수 있는 만큼, 항상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사우디아라비아에 여행 중이거나 현지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라면, 결혼식이나 사적인 모임에 초대받았을 때 사진 촬영을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설령 주최 측이 허락한다 하더라도, 주변 사람들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중요하며, 절대로 SNS에 함부로 사진을 올려서는 안 된다. 특히 ‘여성 전용 행사’에서는 촬영 자체가 엄격히 금지되며, 현지인들조차 휴대폰을 행사장 입구에서 제출하도록 요구받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사진 한 장'이 단순한 추억이 아니라, 타인의 권리와 종교적 감정을 침해할 수 있는 민감한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안전하고 즐거운 경험을 위해서는, 언제나 현지 문화를 존중하고, 사전에 촬영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결혼식은 인생에서 단 하루인 날이어서 누구든지 기록하고 싶겠지만, 이런 문화가 있음을 존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