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을 여행하다 보면 유독 거리에서 조깅하거나 빠르게 걷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는 사실을 눈치챈 사람들이 많다. 특히 한국처럼 아침 일찍 운동하는 시민들이 많은 나라에서 온 여행자라면 더더욱 이 차이를 크게 느낄 수 있다. 혹시 스페인에서는 거리에서 뛰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 것일까? 실제로 그런 규정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문화적으로는 분명히 이유가 존재한다.
먼저, 스페인 사람들은 여유로운 삶의 속도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마냐나(manana, 내일)’ 정신으로 대표되는 이들의 라이프스타일은 급하게 움직이는 것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 길을 뛰어다니는 행위는 긴급하거나 이상한 상황으로 인식되기 쉽다. 그래서 평범한 사람이 거리를 뛰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현지에서는 뛰는 사람을 보고 무슨 일이 생긴 건지 걱정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스페인에서는 운동을 위한 공간이 따로 구분되어 있다. 공원, 해변 산책로, 체육 시설 등에서 조깅을 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도심 한복판이나 좁은 골목길에서는 그런 모습이 거의 없다. 이는 공간의 활용 방식과도 연관되어 있다. 구시가지처럼 도로가 협소한 지역에서는 빠르게 움직이는 사람은 보행자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그런 환경에서는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에티켓을 지킬 수 있다.
그리고 스페인의 날씨도 한몫한다. 여름에는 기온이 매우 높기 때문에 낮 시간대에는 외출 자체를 피하는 문화가 자리잡았다. 그래서 운동을 하더라도 이른 아침이나 해가 진 후에야 움직인다. 이 시간대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거지 근처 공원이나 운동장으로 향하기 때문에 거리에서 뛰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이는 건강을 챙기되 주변과 조화를 이루려는 그들의 태도를 보여준다.
결론적으로 스페인에서는 거리에서 뛰는 것이 법적으로 금지된 것은 아니다. 다만 문화적인 배경과 생활 방식으로 인해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국에서처럼 언제 어디서든 뛰어도 이상하지 않은 문화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스페인을 방문한다면, 현지인들의 여유로운 보폭에 맞춰 걸으며 그들의 삶을 체험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스페인의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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